✈️ 고국여행기 8회 - 구미의 재발견: 금오산의 벚꽃과 성리학 역사관, 그리고 정겨운 둘레길

고국여행기 - 제8회

구미의 재발견: 금오산의 벚꽃과 성리학 역사관, 그리고 정겨운 둘레길

"금오산 호텔에서 시내로 도보로 내려가는 정겨운 꽃길 산책로"

🌸 만발한 벚꽃과 금오 저수지의 풍경

금오산 호텔에 들어설 때 보았던 거리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섰습니다. 고국 여행의 추억을 눈에 가득 담아가고 싶은 욕심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설레었습니다. 호텔에서 도보로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사시사철 어느 때 와도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토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승객과 주민들로 북적였습니다. 눈으로 직접 봐도, 사진으로 찍어 봐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구미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나 싶습니다. 여기저기 벚꽃이 만발하고 주위는 넓은 대자연을 품은 정취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넓은 금오 저수지가 펼쳐지고, 저 멀리 금오정이라는 운치 있는 정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조선 인재의 산실, 구미 성리학 역사관

조금 더 내려가니 좌측으로 '구미 성리학 역사관'이라는 곳이 보였습니다. 멀리서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고풍스러운 외관에 이끌려 안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 구미 성리학 역사관은?
구미 최초의 공립 전문 박물관으로 금오산 저수지 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구미에 있다"는 말처럼, 구미가 지닌 역사적 학문 가치를 기념하고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계산해 보면 조선 인재의 무려 25%가 이곳 구미에서 배출된 셈입니다.

구미의 역사적 의미를 전시한 구미 역사관, 조선 성리학의 학문과 계보를 보여주는 성리학 전시관,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기획 전시관이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목판 탁본 체험과 도서 열람이 가능한 문화사랑방도 운영되고 있더군요.

호수와 둘레길 쪽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곳은 한적하고 고요하여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습니다.

전시관 주변으로 근사한 한옥 가옥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한옥을 헐고 양옥을 짓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아끼는 이들이 많아진 정취를 실감했습니다.

문득 딸아이가 내게 "아빠는 한국 가서 한옥에 가봤어?"라고 물었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 지었습니다. "아빠는 어릴 때 한옥에서 자랐단다"라고 말해주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문지방도 창호지 문이었던 그 시절, 추운 겨울날 덮고 자던 아윗목의 훈훈함이 그립게 느껴집니다.

🍲 정겨운 맛과 만개한 꽃길산책

조용하고 품격 있는 역사관을 나와 다시 호숫길을 걸었습니다. 길가에 피어난 온갖 봄꽃들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습니다.

구미의 풍경은 대자연이 선사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가꿔온 정성이 보태진 결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라 '구미(口味)가 당기는' 정답고 매력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와서 머물고픈 마음이 연신 들었습니다.

보도 위에는 낙화한 꽃잎들이 단정하게 수놓아져 한층 풍성한 낭만을 선사했습니다.

걷고 걸어도 도무지 지치지 않고 계속 걷고 싶어지는 길, 꼭 다시 오리라 몇 번이고 다짐해보았습니다.

금오천 수변 산책로는 맑은 물과 어우러져 한결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산책하다 보니 아까 재필 형님의 형수님께서 일러주신 국밥집이 나타나 발걸음을 실었습니다. 출출하던 차에 참 반가웠습니다.

평소 밥과 국을 섞어 먹는 국밥 형태를 즐기지 않아 따로 곁들여 먹는 편인데, 국밥을 시켜본 것은 인생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산골 가마솥 한우국밥'의 국물은 감칠맛이 깊고 인심도 푸짐하여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습니다.

식당을 나오다 옆에 적힌 '복터진 집'이라는 유쾌한 상호가 눈에 띄어 기념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이름처럼 번창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 안전하고 낭만적인 금오지 둘레길의 야경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금오지 둘레길'이 한층 그윽하게 다가왔습니다. 둘레길에서 바라본 시내는 밤이 깊었음에도 화사한 벚꽃 조명 덕에 은은히 빛났습니다.

이번 고국 여행에서 다녀본 여러 곳 중 구미의 풍광이 마음속 가장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훗날 이모님께 들으니 구미나 경주는 분지 지형이라 여름철 기온이 매우 높다고 하셨지만, 제가 경험한 봄날의 구미는 더없이 조용하고 멋진 도시였습니다.

🇧🇷 해외 동포의 한마디: 밤 산책의 행복
한국은 늦은 밤에도 안심하고 산책할 장소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 부럽고 감사합니다. 브라질에서는 치안 문제로 밤에 동네를 거니는 일조차 매우 위험하고, 산책이 가능한 '이비라푸에라(Ibirapuera) 공원'에 가려 해도 차로 이동해야 합니다. 반면 2.4km에 이르는 금오지 둘레길을 밤바람 맞으며 안전히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환경인지요.

상쾌한 야간 산책을 마치고, 내일 일찍 정상을 향할 금오산 등반을 고대하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호텔 진입로 근처에서 초록빛 은은한 조명을 발하는 출렁다리를 마주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금오산 산행길로 한층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가이드를 훗날 알게 되었습니다.

숙소에 들어오니 시계가 저녁 8시를 가리켰습니다. 귀국하자마자 쉬지 않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으나, 맑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보듬은 덕분에 피로마저 가시는 밤이었습니다. 내일 있을 금오산 등반을 위해 평안히 잠자리에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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