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여행기 32회 - 여수 여행 ③ - 예술의 섬에서 장도에서 '섬(ㅅㅓㅁ)'을 배우다

KOREA TRAVELOGUE #32

✈️ 고국여행기 32회 - 여수 여행 ③: 예술의 섬 장도에서 '섬(ㅅㅓㅁ)'을 배우다

조수간만의 차로 열리는 진섬다리와 지붕 없는 미술관, 예울마루 탐방기

📌 이번 여정의 한 줄 생각

이순신 광장에서 택시를 타고 건너온 조그만 섬, 장도(진섬). 물때에 따라 다리가 잠기는 신비로움 속에서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한 건축물과 섬 곳곳에 숨겨진 야외 예술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늘 세찬 파도가 일렁이는 브라질의 바다와 달리, 잔잔하고 평온한 남해안의 고즈넉함이 마음속 깊이 예술적 감성을 피워 올립니다.

📍 잔잔한 남해의 정취, 진섬다리를 건너다

여수 방문 2일째 아침, 하멜등대와 이순신 광장을 둘러보고 오전 10시 30분경 장도에 도착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진섬'으로 불리며 1930년대부터 농사와 갯것으로 삶을 이어오던 소박한 섬이었습니다.

이순신 광장에서 택시로 약 20분 거리. 입구에는 '예술의 섬 장도'라는 글귀와 함께 섬으로 연결된 진섬다리가 펼쳐집니다. 양쪽으로 세워진 돌무더기 벽과 문을 잠글 수 있는 구조가 독특합니다. 물때에 따라 다리가 잠겨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도 생긴다고 하네요.

입구 앞 안전센터에서는 양심껏 쓰고 반납하는 '장도 양심우산(양산)'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었습니다. 작은 배려가 첫인상을 기분 좋게 만듭니다.

🌊 바다에 잠기는 다리, 진섬다리:
길이 약 330m의 진섬다리는 바닥이 요철 모양으로 파여 있습니다. 이는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으나, 밀물 때 바닷물이 찼다가 빠질 때 보행자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설계라고 합니다.

잔잔한 여수의 바다를 보며 걷노라니, 제가 사는 브라질의 거친 파도와는 사뭇 다른 평온함이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 예울마루 잔디광장과 장도 전시관 예술 관람

섬에 도착해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산책로 주변으로 곱게 핀 꽃들이 화사하게 반겨줍니다. 정상에 다다르니 야외 예술 작품과 어우러진 넓디넓은 예울마루 잔디광장이 나타납니다.

통로를 따라 내려가 장도 전시관으로 향합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를 지나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소정의 입장료가 있으나 현금이나 구글 페이는 받지 않으니 실물 카드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전시장 입장에는 약간의 입장료를 받았는데, 여기서도 현찰도 안받고 구글페이도 되지 않습니다.
또 한 번 깊숙히 넣어둔 실물 카드를 꺼내서 지불해야 했습니다다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각 영상 예술 매체가 주를 이룬 기획전이 한창이었습니다. 전삿줄에 매달린 인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철학적인 영상부터 정겨운 입체 조형물 '냇가에서 굴러먹던 넘' 등 흥미로운 작품들이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그 밖에도 멀리 아이슬란드까지 건너가 야외에서 병풍 형태의 대형 작품을 완성해 가는 독창적인 제작 과정 영상과, 몸에 폭죽을 매달고 터뜨리는 강렬한 시각 효과의 퍼포먼스 아트까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예술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지붕 없는 미술관, 장도의 자연과 조경 풍광

🏛️ 친환경 거장,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설계:
장도의 기본 설계는 프랑스의 저명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습니다. 건물이 자연을 압도하지 않도록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건축 철학이 섬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아름답게 가꾸어진 장도의 야외 정원이 펼쳐집니다. 무성한 나무와 수줍게 핀 꽃밭 사이로 건너편 선소대교와 예울마루 전경이 병풍처럼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장도는 그 자체로 '지붕 없는 미술관'입니다. '다도해 정원' 구역에서는 어부들의 어망을 담은 석재 구조물과 모래사장 위에서 휴식하는 가족의 조각상, 그리고 소박한 장독대의 정경이 장도 주민들의 옛 삶을 따스하게 전해줍니다.

산책 중 작업자분들이 정성껏 농약을 살포하고 계셔서 깊숙이 들어가진 못했습니다만(그래서 벌레가 적었던 걸까요?^^), 암석 곁에 웅크린 여성의 조형물과 곳곳의 예술품들을 찬찬히 감상하려면 여유로운 일정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 해안둘레길에서 만난 숨겨진 보물, 4개의 전망대 작품 🎨

해안둘레길을 따라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음표 모양의 표식이 나타납니다. 그 아래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면 평범해 보이는 전망대가 하나 나오는데,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이곳이야말로 장도의 숨겨진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방향 표시판이 데크 정중앙과 작품 곁에 친절히 놓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총 4개의 작품이 정면(남쪽), 서쪽, 남서쪽, 남동쪽에 각각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멋진 작품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니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입니다.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고 관람객이 스스로 두리번거리며 발견하게 둔 장도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1. 얼솟대 (남동쪽)

쇠를 구부려 만든 신비로운 여성의 모습이 바다와 하늘을 향해 서 있습니다. '소통의 의미로 쓰이는 솟대, 우리 얼굴 역시 솟대입니다'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한마디로 정말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2. 무차원 (남서쪽)

행성을 밟고 우주를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제목과 설명은 간단하지만, 무한한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줍니다.



3. 자유 (서쪽)

그림을 그리기 위한 팔레트 모양의 작품입니다. '무지는 날개가 없다'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어려운 설명이 붙어 있어, 예술가의 깊은 정신세계를 헤아리기엔 조금 벅찼습니다.


📍 대반전의 하이라이트! 제목 없는 쇠막대기의 정체

전망대 한가운데, 멋진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조그만 쇠막대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제목도 없이 딸랑 한 일(ㅡ)자 철봉과 그 밑의 네모(ㅁ)칸이 전부였습니다.

"수영에 서툰 산토끼 눈으로 섬을 보면 물에 떠 있는 땅이지만, 물과 물을 오가는 거북이의 눈으로 보면 물에 잠긴 산입니다... 양면을 바라보며 세상을 전체로 아우르십시오."

안내문의 글귀가 좋아 제일 중앙에 두었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 작품보는 방법을 적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 ㅅ + ㅓ + ㅁ = 섬

보이시나요?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실제 섬의 모양을 'ㅅ(시옷)'으로 삼고,
작품의 'ㅓ' 모양 쇠막대기와 바닥의 'ㅁ' 네모칸을 합치면...
📌 바로 '섬'이라는 글자가 완성되는 기발한 작품이었습니다!

ㅎㅎ 이토록 기발한 발상에 한 번, 양면을 아우르라는 심오한 철학에 또 한 번, 두 번이나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장도에 가시면 꼭 시야를 넓혀 '섬' 자를 직접 완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역시 장도는 진정한 '예술의 섬'이 맞습니다. 여수 최고의 명소로 저는 주저 없이 이곳 장도를 꼽겠습니다.

📍 브라질로 날아간 장도의 조약돌, 그리고 작별

멋진 여운을 가슴에 품고 다시 둘레길을 걷습니다. 바닷물이 지척인데 그냥 갈 수 없죠. 장도의 바다를 느끼려 물에 발을 담가봅니다. 

데크길이 끝나고 공사 현장으로 보이는 자갈밭이 나왔습니다. 벌써 길이 끝난다는 아쉬움을 달래려 예쁜 돌 하나를 골라 장도의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열심히 닦아보니 꽤 멋진 무늬를 품고 있더군요. 안내센터에 사람이 없어 암묵적 허락(?)으로 여기고 가져온 이 돌은, 이제 비행기를 타고 제 삶의 터전인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건너와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 여운을 남기는 풍경과 돌아가는 길

선소대교와 예울마루, 아담한 어선들이 어우러진 뷰

꽃길이 예쁜 계단을 따라 출발했던 해안가 지점으로 되돌아옵니다. 고운 모래 대신 흙과 갯돌로 이루어진 투박한 해변이지만, 그 앞에 펼쳐진 투명하고 맑은 바다가 여행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출발했던 지점에 와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해안둘레길이 2000보 정도, 시간으로는 50분 정도 걸렸지만 사진 찍은 것을 빼면 30분 정도 걷지 않았을까 한다


장도 섬에 아마 우물이 있었나 봅니다. 내가 갔을 때 물은 고여있지 않았습니다~


우물 사진을 마지막으로 장도의 구경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합니다~


가는 도중 한 여자 아이가 장도섬은 금연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네요~


돌아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아니 양산을 쓰고 합니다.


진섬다리 옆 뭍에도 게 모양을 한 많은 작품들이 여기 저기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서 보지 못한 것들이 수두룩할 것 같습니다.


이쪽 육지쪽은 모래 해변인데, 해변으로 강아지 한마리가 신나서 바닷물에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장도야~ 안녕`` 기회가 되면 또 보자꾸나``` 씨 유 어게인!

✈️ 여수 여행기 계속...

진섬다리를 건너 장도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고,
이제 여수의 또 다른 명소인 '예술랜드'로 발걸음을 이동합니다.

✈️ 고국여행기 33회 - 여수 여행 ④ - 여수 예술랜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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