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여행기 3회 - 서울 밤거리의 마법 '서울로 7017'과 4,000원의 행복
🌃 도심 속 공중정원, '서울로 7017'과의 첫 만남
4월 2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드디어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숙소는 남대문 근처(도착해서야 지금은 '숭례문'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의 Manu 호텔로 정했습니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에 내린 후 숙소까지 걸어갔는데, 초행길이라 길을 잘 몰라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도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며 꽤 고생을 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 2층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던 중,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에 이끌려 밤 산책을 나섰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는 마치 미래 도시처럼 유리 벽면으로 된 멋진 고가도로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호텔을 나서자마자 양옆으로 유리 벽이 쳐져 있고 주위는 야광 불빛처럼 번쩍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하며 피곤함도 잊은 채 걸었습니다. 다음 날 경비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이곳이 바로 '서울로 7017'이라는 명소였습니다.
각종 나무가 심어진 정원형 고가도로로, 야경을 보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훌륭했습니다. 발밑으로 지나는 수많은 차량의 불빛과 서울역의 네온사인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달라진 고국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 숭례문에서 보훈청까지, 아침 산책길의 풍경
다음 날 아침 7시, 부모님의 국립묘지 안장 건을 문의하기 위해 용산에 있는 서울지방보훈청으로 향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보니 약 2.8km 거리였는데, 달라진 고국의 모습을 눈에 더 많이 담고 싶어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서울로 7017'은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신서울역과 구서울역(현재 '문화역 서울 284')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은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뒤로는 파출소가 있고, 친숙한 옛 서울역 건물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2003년 12월에 완공되었다는 현대식 신서울역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대로변에 노숙자들이 있는 안타까운 모습은 브라질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보훈청으로 가는 길목에 방치된 흉물스러운 건물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계속 걷다 보니 벽면을 벽화로 채운 미국 외교부 하우스가 지나왔습니다. 어린 시절 살고 다니던 용산이었건만, 이제는 몰라보게 변해버린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 화장실 문구에서 발견한 고국의 상호 존중 문화
보훈청에 도착하니 아직 업무 시작 전이라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인상 깊은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화장실 같은 공공장소마다 배려와 예절을 다룬 문화 캠페인 문구들이 정갈하게 붙어 있더군요.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상호 존중 문화를 사회 전체가 꾸준히 가르치고 알리는 이 모습은, 브라질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만의 아주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35년 전통 '옛집국수'에서의 4,000원 행복
보훈청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주변 골목을 거닐다가 정겨운 **'35년 전통 옛집국수'**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화려한 빌딩 숲 바로 뒤에 이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국숫집이 숨어 있다니 참 반가웠습니다.
4,000원짜리 우거지 국밥을 한 그릇 주문해 맛을 보았는데 구수하고 깊은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 팁이라 생각하고 5,000원을 두고 나왔더니, 아주머니께서 1,000원을 돌려주려 밖까지 뛰어나오셨습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으니 한국에서는 더 주고 싶을 때 "거스름돈은 놔두세요~"라고 미리 인사를 건네야 한다더군요. 정직하고 따뜻한 고국의 인심을 온몸으로 느낀 아침이었습니다.
📌 주민등록증이 없다?! 예상치 못한 과제의 시작
기분 좋은 식사 후 보훈청 상담을 진행했으나, 부모님의 국립묘지 안장 신청은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며 이를 진행하려면 주민등록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어릴 적 이민을 온 터라 단 한 번도 주민등록증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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