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여행기 19회 - 대구 앞산의 비경과 '웃는 천사' 수녀님, 그리고 죽다 살아난 급체 극복기
KOREA TRAVELOGUE #19
✈️ 고국여행기 19회 - 대구 앞산의 비경과 '웃는 천사' 수녀님
따뜻한 인연과의 재회, 대구 앞산 산책, 그리고 죽다 살아난 급체 극복기
📌 이번 여정의 한 줄 생각
정미영 데레자 수녀님은 오래전 브라질에서부터 잘 알고 지낸 분으로, 늘 자신의 힘든 몸을 돌보지 않고 누구보다 헌신하시는 분이시다. 울산을 거쳐 가까운 동대구까지 오게 된 것은 바로 이 따뜻한 인연 때문이었다.
📍 작은예수 수녀회와의 재회
아침 일찍 반월당에서 대명역 3번 출구로 나와 산이 보이는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아담한 붉은 벽돌집과 정원의 성모 마리아상이 나를 반겼다.
작은예수 수녀회는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우리의 참모습"이라는 영적 겸손을 바탕으로 신체적·지적 장애인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는 곳이다. 브라질에서도 걸인들을 위해 밥을 짓고 연고 없는 한인 노인들을 돌보며 묵묵히 봉사해 오신 모습을 잘 알고 있다.
몇 년 만에 만난 정미영 데레자 수녀님은 여전히 '웃는 천사' 그 자체였다. 대구 분원에서는 지적장애 여성분들을 돌보고 계셨는데, 거실 칠판에 일주일 프로그램이 빼곡했다. 방에 계시던 한 자매님은 나를 보며 "아빠"라고 불렀고, 나 역시 기꺼이 따뜻한 아빠처럼 인사를 건넸다.
예전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수녀님은 반가운 마음에 유명한 빵과 고구마 떡을 잔뜩 내오셨다. 아침에 마신 요구르트 때문에 속이 더부룩했지만, 정성을 거절할 수 없어 다 먹었더니 속이 영 불편해졌다. 수녀님이 주신 한약 소화제와 물약까지 먹으며 겨우 버텼다.
옆에 계시던 생활복지사님이 수녀님이 1~2년 전 암 수술을 받으신 후 회복이 더디다고 귀띔해주셨다.
"이럴 땐 뜸을 뜨시는 게 면역 회복과 기운 차리는 데 최고입니다."
즉시 그 자리에서 시술해 드리고 계속 자가 관리하실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드렸다. 복지사님도 무릎 통증을 호소하시기에 함께 뜸을 놓아드렸다.
💡 뜸(직구)의 건강 자산
피부에 직접 뜨는 뜸은 면역 및 체력 증강, 암 환자의 후유증과 관절·인대 질환에 탁월하다. 나 역시 50세 넘어 배드민턴을 하며 관절을 다쳤을 때, 내 몸 1,200군데에 직접 뜸을 뜨며 임상 시험을 거친 덕분에 지금도 강건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훌륭한 민중 의술이 점차 잊혀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 대구의 숨은 비경, 앞산 빨래터와 전망대
수녀님은 바쁜 일정 중에도 나를 구경시켜 주시겠다며 '앞산 빨래터 공원'으로 안내하셨다. 옛 빨래터를 문화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대구시의 ไอ디어가 돋보였다.
실제 빨랫줄에 옷들이 정겹게 널려있는 풍경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공원 조망 후 전망대로 향했다.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거대한 바위와 분수대, 알록달록한 휴식용 의자도 구비되어 있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휠체어로도 진입이 용이하도록 완만한 지그재그식 무장애 데크길로 설계되어 있었다. 걸음 빠른 수녀님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기다리신다.
상부 전망대에 오르니 전면이 유리로 마감되어 세련된 위용을 자랑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공원 전체가 거대한 태극 문양을 이루고 있어 절로 탄성이 나왔다.
내부에는 대구 명소를 소개하는 최첨단 대형 디지털 모니터가 설치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리창에는 '힐링스팟 앞산 하늘다리'라고 적혀있다. 수녀님 설명에 따르면 하트 모형이 설치된 바닥도 원래 유리였으나 지나는 이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데크로 변경했다고 한다. (하이힐 스틱 우산 등의 마찰로 인한 파손 위험도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캠핑장이 위치해 있는데 문이 잠겨있어 아직 시즌 운영 전인 듯했다.
완만한 데크길 양쪽으로 휠체어 교행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 수녀님도 시설 자매님들과 종종 산책을 오신다고 한다.
📍 앞산 케이블카와 낙동강 승전 기념관
식사를 하러 이동하려 했으나 속이 답답하여 먹지 못하겠다고 고사하자, 수녀님은 대구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앞산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나를 이끄셨다. 복지사님의 운전으로 함께 이동했다.
케이블카를 향하는 진입로 산책길에도 봄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만국기가 내걸린 정갈한 건물이 보여 잠시 내려 둘러보니 **'낙동강 승전 기념관'**이었다.
야외에 실제 퇴역 비행기 등이 잘 가꾸어져 전시되어 있었지만, 케이블카 탑승 시간에 맞추기 위해 눈에 담고 바로 이동했다.
매표소에 도착하여 요금을 정산하려는데 발 빠르신 수녀님이 서둘러 결제하셨다. 남은 시간을 실시간 시스템으로 정확하게 안내해 주는 한국 대중교통의 디테일은 볼 때마다 훌륭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이곳이 비로소 대구 전체가 다 보이는 진정한 '앞산 전망대'였다.
이곳 산책로에는 토끼 캐릭터가 귀여운 금지사항 표지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표지판을 따라 짧은 산행 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전망대 옆에 화려한 노란 토끼 상이 눈길을 끈다.
전망대를 지키는 금색 토끼의 몸에는 "안녕하세요", "돈 많이 버세요", "소원성취" 등 따뜻한 축원 글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전망대는 반원형 유리가 아늑하게 감싸는 구조였다.
이곳에서는 대구 시내가 탁 트이게 한눈에 들어왔다. 수녀님은 오가는 내내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바쁘셨다.
전망대 데크길 바닥 한가운데 뾰족하게 바위가 솟아있었다. 제거하지 않고 형태를 그대로 살려 완공했는데, 완벽함보다 소박한 실수를 남겨둔 모습에서 대구의 색다른 여유와 멋을 느꼈다.
📍 앞산 전망대의 무료 포토존
전망대 우측에서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촬영해 이메일로 즉시 전송할 수 있는 무인 무료 포토존이었다.
수녀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수녀님 독사진도 촬영하여 이메일로 전송했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겠다고 말씀드리자 기쁘게 허락해 주셨다.
과거 브라질 작은예수회에서 수녀님과 함께 봉사하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홀로 묵묵히 소명대로 살아가는 성스러운 그 걸음 위에 늘 하늘의 보호와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드린다.
브라질에서 대구까지 건너와 운전과 생활복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수녀님을 돕는 봉사자분께 "힘드실 텐데 왜 이렇게 하세요?" 여쭤보니, "저런 분이 없으세요~"라는 울림 있는 한마디가 되돌아왔다.
📍 사투(死鬪), 급체와의 12시간
즐거운 관람도 잠시, 아침 일찍부터 쌓인 식체가 결국 탈을 냈다. 수녀님이 사주신 죽을 한두 숟가락도 뜨지 못한 채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절체절명의 고통이었다.
카카오 택시 기사님이 병원 응급실을 권유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으나, 급체 응급 처치는 스스로 해야 함을 직감했다. 호텔 화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쓰러져 있다가, 겨우 침대로 올라와 한의사로서 스스로 자가 치료에 들어갔다. 혈압 저하로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12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기력을 회복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급체 환자들을 더욱 신속하고 면밀히 치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여행 중 과식이나 찬 유제품(1+1) 섭취는 절대 주의해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비록 예기치 못한 급체로 고생을 치렀지만, 그리운 인연을 만나 뜸 인술을 나누고 대구의 비경을 마음에 남겼으니 이 또한 감사하고 소중한 여정이다.
✈️ 다음 여정 안내
컨디션 조절과 체력 회복을 위해 기존 일정을 조정하고,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수원으로 먼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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