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여행기 14회 - 부산 여행 ⑤ – 가장 아름다운 사찰, 그러나 가장 씁쓸했던 해동용궁사
가장 아름다운 사찰, 그러나 가장 씁쓸했던 해동용궁사 🌊
부산 여행 3일째. 내가 태어난 고향 부산, 그리고 어릴 적 기억 속 가장 시골이었던 기장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 불리는 해동용궁사가 있다고 합니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찾은 그곳에서 감탄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 아침 길을 달려 찾은 바다를 품은 절
오늘도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아침 6시 50분, 대기 중인 택시에 올라 기장으로 향합니다. 토요코인 호텔 바로 앞에 택시가 늘 대기하고 있어 이동하기가 참 편리했습니다. 거대한 대교를 지나며 눈부시게 발전한 부산의 현대적 풍경을 눈에 담습니다.
약 30분을 달려 아침 7시 20분경 도착했습니다. 입장 시간이 새벽 4시 30분부터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스님들께서 참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구에는 '전통사찰 해동용궁사'라는 표지석과 함께 십이지신상을 비롯해 정교한 석조 조각상들이 길게 늘어서 방문객을 반겨줍니다.
처음엔 다보탑 모형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독특하게도 '교통안전기념탑'이 세워져 있더군요.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장승에 정겨운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용궁사 입구, 소원이 이루어지는 절, 소원을 말해봐" 라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울창한 대나무 길을 따라 들어가는 진입로는 단정하고 수목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한적한 운치를 더해줍니다.
사찰 내부 곳곳에 수많은 불상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편안히 누워 있는 '광명정 와불상'도 있었습니다.
방문했던 때가 4월이라 곧 다가올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 마당 가득 알록달록한 연등이 빼곡하게 내걸려 있었습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니 해수관음대불상이 웅장하게 서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미소를 머금은 포대화상이 있었습니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니 두 개의 장승에 다시 한번 "소원이 이루어지는 절, 소원을 말해봐"라는 글귀가 적혀 있더군요.
하지만 너무 과하게 매달린 연등들이 오히려 해동용궁사가 지닌 고유의 자연스러운 멋과 탁 트인 바다 경관을 살짝 가리는 듯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더욱 기이했던 것은 바위 위에 빼곡하게 시주자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기왓장 장식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사찰 풍경과 어우러지기보다는 다소 인위적이고 기괴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한쪽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적어 바칠 수 있도록 새 기왓장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름이 해동'용'궁사인데 용이 어디 있나 유심히 찾아보았습니다. 나중에 찍어온 사진을 확인해 보니, 푸른 나무 뒤편에 숨어있는 용의 모습을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같네요. 🙂 (➔아래 사진에서 잘 찾아보세요)
🗿 해수관음대불이 계신 곳과 만복문
해수관음대불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입니다. 바위를 자연스럽게 깎아 만들어 운치가 한결 좋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바다를 굽어보며 인자하게 서 계신 해수관음대불의 자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곳곳을 둘러보다 '만복문'에 이릅니다. 현시적인 홍보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긴 하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지형적 아름다움만큼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멋진 사찰입니다.
💭 씁쓸한 불전함의 향연: 성역(聖域)을 가린 상업성
해동용궁사는 분명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훌륭한 절경을 지닌 곳입니다. 그러나 바다와 맞닿은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느껴진 지나친 상업성은 마음 한구석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 발길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수많은 불전함과 기도 비용 안내문
•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러 온 참배객과 관광객을 맞이하는 지나친 상업적 문구들
• 브라질 상파울루의 'Templo Zu Lai'(대만 사찰) 등 해외 사찰에서 느꼈던 명상 중심의 정갈함과 대비되는 아쉬움
40년 전 공부하던 경주 불국사에서도 본 적 없던 광경이었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비해, 종교 공간이 보여주는 이러한 세속화는 성스러운 공간의 가치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 인공지능에게 물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나요?"
- ChatGPT: "종교의 상업화와 세속화가 동시에 드러난 대표적 사례"
- Gemini: "절경(絶景)에 홀려 들어갔다 상술(商術)에 뺨 맞고 나온 듯한, 성역(聖域) 잃은 종교의 씁쓸한 현주소."
해동용궁사를 뒤로하고 또 다른 풍경을 찾아 해변 산책길로 길을 이어갑니다.
바위에는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수려한 자연 고유의 문장들이야말로 방문객의 마음에 한없는 울림을 주는 법입니다.
걷다 보니 '해변산책길'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왔던 길로 돌아가기보다는 아름다운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해변 산책길을 택했습니다.
산책길 위에 위치한 법당 뒤편으로 기품 있게 드리워진 소나무의 멋진 자태가 상처받았던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 주는 듯합니다. (**초록색 함도 불전함**)
🌅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인생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돌려 바라본 해동용궁사는 진정 한 폭의 산수화 그 자체였습니다. 일렁이는 남해 파도와 깎아지른 바위 위에 살포시 앉은 전각들은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길을 지나다 해안 바위에 새겨진 글귀를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에 희미해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해독해 본 희망의 시입니다.
📜 人 · 生 (인 · 생)
사람아 살아라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궂은 날 있으면 해 뜨는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던가
내 목숨 붙어있다는 게 한 밑천인데
비겁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해동용궁사 앞 바다에 붉은 해가 뜬다
- 199X년 1월 1일 아침 해동용궁사 -
부디 해동용궁사가 세속의 상술을 조금 내려놓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온전한 평온과 위로를 건네주는 참된 성지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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