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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친구가 많지 않았던 이유
어려서부터 나는 내성적인 편이었다.
왜 친구를 잘 만들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조용한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친구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동갑 사촌이 네 명이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체력이나 두뇌 면에서
늘 제일 뒤처진 편이라고 느끼며 자랐다.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 때,
팽이를 사고 싶어 친구 집에 간 적이 딱 한 번 있다. ㅎㅎ
이제 막 또래들과 조금씩 어울릴 수 있을 무렵,
중학교 2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다음 해 브라질로 오게 되었다.
② 말도 통하지 않던 첫 시작
브라질에 도착한 지 한 달쯤 지나
Anglo-Latino 학교에 입학했을 때,
말 한마디 통하지 않던 나에게
처음 본 한국 학생들이
아무 조건 없이 다가와 도움을 주었다.
그중 홍일이라는 친구는 내 짝꿍이 되어
필요할 때마다 통역을 해 주었다.
단 한 번도 싫은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내가 워낙 말이 없는 성격이라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5년 동안 같은 반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늘 도움을 받기만 했던 나는
언젠가 꼭 이 친구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조용히 품고 지냈다.
③ 친구들
Osasco에 살던 Sung라는 친구도 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 것 같았지만
정확한 나이는 당시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거의 브라질 사람에 가까운 친구로,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브라질 70%, 한국 30%쯤 된다고 본다.
주말이면 Sung 형제가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와
토요일, 일요일을 거의 함께 보내곤 했다.
지금도 자주 본다.
얼마 전 내 생일에는
“브라질에서 50년 된 친구”라며
여럿이 함께한 식사비를 모두 계산했다.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드는 친구다. ㅎㅎ
고맙다, 친구야.
또 한 명, 인 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있다.
여린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지만 정이 깊고,
무슨 일이든 손으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판데믹 시기,
병원에서 쓰는 안면 보호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한번 만들어 봐라”는 말에
정말로 뚝딱 만들어 왔다.
약 1,000개를 제작해 무료로
봉헤찌로와 상파울루 중심 인근 보건소에 전달할 수 있었고,
한인회를 통해
우리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함께 기여했다.
코로나 시기,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브라질에서는 마스크조차 부족한 때였고,
의사들은 보호 장비도 없이
환자를 직접 마주해야 했다.
그 무렵, TV 화면을 통해
해외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안면 보호대를 처음 보게 되었다.
이후 보호대를 제작하면서,
치과 의사인 Dra. Kim을 모델로 촬영한 장면이 있었는데,
사진을 찾아보면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진행된 지원 활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된 감사패다.
이 결과는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한브네트(koreabrazil.net, 현재는 사라진 공간)을 중심으로
말없이 함께해 준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모여
비로소 가능했던 일이었다.
④ 힘들던 시절, 나를 붙잡아 준 사람들
돌아보면,
한국에서 한의과를 다니며
공부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나를 붙잡아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재필 형, 환진 형, 법진 형,
그리고 이름을 다 적지 못할 또 다른 여럿….
그들의 도움을
나는 늘 마음에 담고 살아왔다.
⑤ 도움은 다시 사람에게로
브라질에 와서
말도 통하지 않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늘 생각했다.
내가 받은 도움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며 살아야겠다고.
브라질의 한인사회는 참 정이 많은 사회였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었고,
이름을 앞에 내세우지 않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글에서는
한 사람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이곳 한인사회에서
말없이 자신의 손을 먼저 내민 미다 할아버지,
그리고 슬픔의 아픔을 뒤로하고
아이들을 품으며 살아왔던
엘림학교 김재진 원장님의 이야기다.
※ 이 글은 ‘브라질 한인 이민 50년’ 연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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