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올리는 좋은 한인 이야기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10년 전 부터 브라질의 이민 경로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던 중, 2015년 이선생님이라는 어르신과 대화를 하였는데 Ponta Porã에 사는 한국분이 이선생님이 브라질 국경을 넘을 때 돈 한 푼 안받고, 또 사례도 극구 거절하고 도와주셨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이런 좋은분도 계셨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당시 운영하던 [한브네트]에 올린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올린 후, 다음 날 이야기의 주인공되시는 분의 따님에게 연락을 받아 이분이 유정길님이셨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70년대] 좋은 한인 : 76년 이민 오신 유정길님(작고)
Ponta Porã 사셨던 유정길님 이야기..
1976년, 파라과이로 이민 가신 유선생님 가족은 다른 분들처럼 브라질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유선생님의 부친이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알몸으로 쫒겼던 안좋은 기억이 있어 브라질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영주권이 없이 살아가는 것을 내켜하지 않아 그냥 파라과이에 정착하셨는데 파라과이의 Asuncion(아순시온)은 기온이 너무 더워 시원하고 살기 나은 곳 Pedro Juan Caballero라는 도시로 이주하였다 한다. 몇 년이 지나 브라질 사면령을 통하여 브라질 영주권도 취득하였지만 Ponta Porã에 계속 거주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진 찍은 Veronica 님
유선생님의 따님 Veronica님은 이렇게 회고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한 3년동안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저의 방을 비우게 하고 그분들을 재우셨습니다.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넘어가시는 분들을 주말까지 재우고 먹이신 후, 자가용에 낚시 도구들을 차 위에 올려놓린 후 사람들을 태워 연방경찰들의 눈을 피해 국경 넘는 것을 도우셨습니다.
한번은 국경을 넘으시던 분들 중, 다른 분들은 다 넘어가셨는데 한 남성 가족이 너무 떨고 긴장하여 국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데려오셨는데, 되돌아오신 남성분은 자신이 목사라고 밝히며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 "아저씨 용서하세요, 전 당신이 국경에 사는 브로커인줄 알았습니다. 아무 댓가도 없이 먹여주고 재워주길래.. 저 만큼 가다가 돈을 뺏고 보내려는가 의심하였습니다" 라고 하며 아버지의 두 손을 꼭 잡고 우시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그 목사님은 안정제를 드신 후 몇 일후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국경을 넘으셨고 잘 넘어가셨다고 합니다.
따님 Veronica님은 지겨울 정도로 새벽마다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소문듣고 찾아 왔다며.. 새벽부터 길가에서 한국분 집이냐고 소리지르며 부르던 분도 있어서 어린 Veronica님은 이웃 브라질 현지인들이 들을까봐 창피했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당시 이과수쪽은 검문이 심했고 또 강을 건너야 했지만, P .J. Caballero국경은 그냥 길 하나를 두고 두 나라 사람들이 한 동네처럼 살았던 곳이라 국경 넘기가 수월했다고 합니다. 다만 국경을 넘고 1시간 정도 가면 다른 도시가 나오고 또 검문이 있었는데 그 곳에 오래 살다보니 아버지가 주위 사람들과 안면도 많이 생기고 해서 도와주시기가 수월했던 것 같았다고..
아버지께서 당시 많이 힘드셨겠지만 저의 자녀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셨다고 회상하였습니다.
이렇게 생전 알지도 못한 사람들을 도우시던 유선생님은 1990년 뇌출혈로 작고하셨습니다.
(설명) 70년대와 80년 초, 사면령이 있기 전까지 브라질 이민은 이렇게 파라과이의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민을 떠나오기 전 이런 고생이 있을 것이라고는 모른채..와서야 깨닫는 밀입국의 실정에 많이들 힘들어하셨습니다.
쫓기고 살며.. 잘못되면 잡혀서 추방되는 ㅠ_ㅜ
당시의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밀입국을 도우는 것이 잘한일인가?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의 상황을 아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저와 같은 생각이실 것입니다.
(고)유정길 선생님은 당시 브라질로 가는 한인들의 두렵고 힘든 국경 여정 길을 도우신.. 참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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