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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민 50년, 한 이민자의 삶을 돌아보다 ― ⑳ 한인복지회에서 본 봉사와 구조의 한계

 

 ※ 글을 시작하며

이 글은 한인복지회를 평가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15년 이상 직접 관여하며 보고 겪은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개인적 증언이며,
해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판단이나 결론보다, 사실과 체감한 현실만을 담고자 한다.



2010년 촬영한 한인복지회 건물 외관 – Rua Hipódromo, Brás

우연처럼 시작된 한인복지회와의 인연

한인복지회를 알게 된 것은 서주일 회장이 막무가내로 나를 임원으로 만들면서부터였다.
한인회보를 만들고 싶지만 제작 비용 문제로 주춤하던 시점에
그냥 우리가 만들면 되죠”라고 했던 나의 말 한마디가
결국 일을 떠맡게 된 시작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내 인생의 큰 실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생각과 말은 반드시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는 것을,
그 후에야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한의원을 운영하며 매달 한인회보를 제작하는 일은
신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가 수십 배 더 컸다.
임원 중 절반은 이메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각종 자료를 직접 종이로 받아 정리해야 했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지금도 서주일 박사는
그 시기 내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정신없이 바빴으니까.
밥을 사도 수십 번은 사야 할 상황이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안 산 걸 보면, 역시 몰랐던 게다. (웃음)


한인복지회의 모습과 시간이 남긴 현실

한인회보를 채우기 위해 방문한 곳 중 하나가 한인복지회였다.
2010년 9월 25일, 어린이날 행사가 함께 열리던 날이었고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기록을 정리해 보면,
한인복지회는 Rua Hipodromo, 125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김정한 씨가 국수공장 매입 후, 전면 500㎡(10m × 50m) 규모의 건물을 기증했고
주성건 씨가 9년에 걸친 개조를 통해
총 건축면적 1,406.77㎡의 건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한인복지회는 1983년 창립되었고,
실질적인 월 1회 의료봉사는 2004년 7월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인 2010년에는
주성호 의사가 회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주 회장의 말을 통해 들은 복지회의 목적은 분명했다.
이 사업은 개인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인 사회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브라질 사회에 **‘베푸는 한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이라는 정의였다.

첫 방문 당시 건물은 다소 낡아 보였지만
아래층에는 여러 진료실이, 위층에는 수술실까지 갖춘
상당한 규모의 시설이었다.
평일에는 아이들 방과 후 수업이 진행되었고
태권도, 컴퓨터 수업, 봉제 교육을 위한 미싱들도 보였다.

2023년, 한인복지회에서 진행되던 아이들 태권도 수업 모습

몇 년 후, 서주일 박사가 회장으로 있을 때 다시 방문했을 때
건물은 더 낡아 있었고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한인회를 나온 이후에도
나는 지난 15년 동안 다른 단체를 형성하며
뜻을 함께한 여러 한인들과 한인복지회를 도와왔다.
복지회 관계자들은 늘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복지회의 사정과 형편을 알게 되었다.

2024년 말, 복지회 관리를 맡고 있던 Abigail 씨가 찾아와
기존 한방 치료 담당자의 은퇴로
한방 치료가 중단될 위기라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단체에 속하지 않고
내 클리닉에서 어르신들을 돕는 방식을 선호했지만,
그동안의 인연과 정을 외면할 수 없어
2025년 한 해를 맡기로 했다가
결국 2026년까지 이를 연장하게 되었다.
이번 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뜻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

2025년 1월, 진료를 위해 방문했을 때
진료실 환경은 낡다 못해
지저분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다.
페인트는 벗겨져 있었고 위생 문제도 걱정되었으며
카텐은 전깃줄을 이어 매달아 둔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환자를 봐왔을까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건물 유지·보수 비용이
한인복지회의 큰 부담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회장직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는 이유도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형편이라 해도
치료 공간의 최소한의 위생은 지켜져야 한다.

이후 다음 달 봉사 전,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임시 전깃줄을 없애고
카텐을 교체한 뒤에야
진료실은 비로소 진료실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한인복지회는
건물 규모에 비해 활용도는 낮고,
봉사에 쓰이는 비용보다
건물 유지·보수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가 되었다.
상업 지역 한복판이라는 위치 또한
현재의 사용 목적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다.

작아도 관리 가능한 공간으로의 전환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어쩌면 대한노인회와 양지노인회의 대립 사례 속에서도
우리 한인사회가 참고할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 이 글은 ‘브라질 한인 이민 50년’ 연재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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